시를 읽고 싶은 계절-가을과 관련된 시 3편

 

날씨도 선선하고 독서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는데요. 

 

가을과 관련된 시 3편 읽으면서 마음의 양식 든든하게 채우는 오후 되세요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어진 지상(地上)의 마지막 시간이
낙엽처럼 고이 지는 것을 보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내가 받은 해를 사라지게 하소서
찬란한 슬픔의 날들이여
떠나거든 영원히 보내게 하소서

가을에는
이별하게 하소서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갈 때를
기다려 내게 주어진 길을 떠나게 하소서
감사하게 하소서
모든 것을 주신 분께 감사하게 하소서

 

작가 : 김현승 (1913-1975)

배경 : 김현승은 한국 근현대 문학의 중요한 시인 중 한 명으로, 그의 시는 종교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감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가을의 기도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쓸쓸함과 동시에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표현한 시입니다. 가을을 통해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른 사람의 마음을 기도라는 형식을 빌려 읊고 있습니다.

가을 - 김소월

 

가을이 가기 전에
내 사랑하는 님도 가기 전에
이 마음 그대 품에 안기게 하소서

사랑이 가기 전에
내 마음 사랑으로 가득하기 전에
이 마음 그대 품에 남기게 하소서

가을이 가기 전에
내 사랑하는 님도 가기 전에
이 마음 그대 품에 안기게 하소서

 

작가 : 김소월 (1902-1934)

배경 : 김소월은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으로, 그의 시는 깊은 정서와 전통적인 미감을 담고 있습니다. 가을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가을의 쓸쓸함을 노래한 시로, 특히 사랑하는 이를 잃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김소월의 시는 대부분 짧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매우 강렬하고 깊습니다.

가을의 서정 - 윤동주

 

하늘이 푸르다는 것은
가을이라는 말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쓸쓸할 것인가

풀벌레는 우는 소리로
가을을 노래하고
들판의 벼 이삭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가을의 서정은
나를 슬프게 하고
슬픔은 사라질 것이다
가을이 끝날 때쯤에는
나도 다시 일어나리라

 

작가 : 윤동주 (1917-1945)

배경 :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 시절을 살았던 한국의 저항 시인이자 서정 시인입니다. 가을의 서정은 가을이 주는 쓸쓸함과 그 속에 숨겨진 희망을 노래한 시입니다. 윤동주는 짧은 생애 동안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시를 썼고, 그의 시는 슬픔과 고뇌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그의 시에 있어 특히 중요한 상징으로, 인생의 덧없음과 동시에 희망을 향한 열망을 표현합니다.

 

이상 가을과 관련된 시 3편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음 넉넉한 가을 오후 되세요^^